토요일 칼럼

이주영(출향인)

혀 세치에 있는 행복

고려 중엽 채홍사가 나타났다. 원나라 국왕을 위로하기 위하여 고려에서 처녀 오천며을 데려가기 위해서라고 했다. 조정은 발끈 뒤집혔다. 명령을 거역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복종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이 소문이 퍼지며 전국은 물 끓듯 민심이 흉흉하고 시끄럽다. 조정에선 채홍사에게 극구 사정을 하면서 달래보았으나 오히려 더 강경하게 나갈 판이다.

약자의 슬픔이란? 적어도 고려국의 미녀 오천명은 있어야 대청국에 십리에 한 사람씩은 둘 수 있지 않겠는가? 조정의 뜻이 그러하니 서둘러서 시행하라고 추상같이 명한다.

그러나 탄식뿐으로 끝날 것인가? 생각 끝에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여 사신으로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산간벽지 구석구석 방이 붙혀진다. 방을 보는 사람들은 호기심은 있으나 해결한 만한 지혜가 없어 혀를 찰 뿐이다.

이때에 한 효자가 그것을 보았다. 입성은 초라하나 얼굴은 반듯하고 기상이 높다. 숙연한 생각 속에 잠실 수 밖에 없었다. 수 개월 전에 아버지를 고려장 했으니 아버지를 찾아갈 수도 없다.

그러나 이 효자는 동네 사람들의 입과 눈이 무서워서 아버지를 지게로 져다가 고려장은 했으나 칠흙 같은 밤을 타산으로 올라가서 아버지를 모셔다가 집에 모셔놓고 아침 저녁으로 문안 드리며 뵈옵는 것이 낙이었다. 그리고 심심하신 아버지를 위해서 밤이 늦도록 얘기를 해드리고 하였다.

효자는 아랫마을 벽에 붙었던 방에 대하여 말씀드릴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이 말을 듣고만 있더니 갑작히 손바닥을 치더니 ‘됐다!’ 하시고 아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아무래도 네가 원나라에 다녀와야 하겠다. 고려의 미녀를 십리에 한사람씩 둔다 하였으나 너는 관가로 가서 자를 달라고 하라. 그러면 어리둥절 할 터이니 원나라의 국토를 재려면 자기 필요하다고 하여라”고 가르쳐 주었다.

꾀죄죄한 옷차림에 나선 효자의 얼굴엔 웃음이 되었고 반듯한 이마에 초롱초롱한 눈에는 슬기가 및났다. 그리하여 조정에까지 나간 이 효자는 원나라의 사신으로 가서 국위를 선양할 뿐 아니라 그 지혜에 굴복한 원국의 국왕은 탄복했다고 한다.

이러 하므로 고려에서는 노인의 지혜를 존경하는 뜻으로 고려장을 폐지하여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설이 있으니 이 얼마나 거룩하고 참신한 일인가?

근자에 “부모도 쓸데 없어 자식도 쓸데 없어-”라는 망발 하면서 선진의식을 선호하여 노후대책을 위하여 국민연금을 들으라고 부추키는 판에 부모가 쓸데 없고 자식이 쓸데 없는 세상에 돈은 있어서 어디다 쓸 것이며 그 돈을 벌어서 무엇 하겠는가?

동방의 예의지국이요 해돋는 나라의 기상과 전통과 역사를 살펴 망발이 없는 진실 앞에 가정과 사회의 질서는 확립될 것이니 행복이 혀 세치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온양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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